
유몽영 23
題辭王晫
記曰.
和順積于中, 英華發于外.
凡人之言, 皆英華之發于外者也.
而無不本乎中之所積, 適與其人肖焉.
是故.
其人賢者, 其言雅.
其人哲者, 其言快.
其人高者, 其言爽.
其人達者, 其言曠.
其人奇者, 其言創.
其人韻者, 其言多情而可思.
張子所云.
對淵博友, 如讀異書, 對風雅友, 如讀名人詩文, 對謹飭友, 如讀聖賢經傳, 對滑稽友, 如閱傳奇小說, 正此意也.
彼在昔立言之人, 至今傳者, 豈徒傳其言哉.
傳其人而已矣.
今擧集中之言, 有快若幷州之剪, 有爽若哀家之梨, 有雅若鈞天之奏, 有曠若空谷之音.
創者則如新錦出機, 多情則如遊絲裊樹, 以爲賢人可也.
以爲哲人可也.
以爲達人奇人可也.
以爲高人韻人亦無不可也.
譬之瀛州之木, 日中視之, 一葉百影, 張子以一人而兼衆妙, 其殆瀛木之影歟.
然則日手此一編, 不啻與張子晤對罄彼我之懷.
又奚俟夢中相尋以致迷, 不知路, 中道而返哉.
<王晫 丹麓>
제사왕탁
기왈.
화순적우중, 영화발우외.
범인지언, 개영화지발우외자야.
이무불본호중지소적, 적여기인초언.
시고.
기인현자, 기언아.
기인철자, 기언쾌.
기인고자, 기언상.
기인달자, 기언광.
기인기자, 기언창.
기인운자, 기언다정이가사.
장자소운.
대연박우, 여독이서, 대풍아우, 여독명인시문, 대근칙우, 여독성현경전, 대활계우, 여열전기소설, 정차의야.
피재석립언지인, 지금전자, 기도전기언재.
전기인이이의.
금거집중지언, 유쾌약병주지전, 유상약애가지리, 유아약균천지주, 유광약공곡지음.
창자즉여신금출기, 다정즉여유사뇨수, 이위현인가야.
이위철인가야.
이위달인기인가야.
이위고인운인역무불가야.
비지영주지목, 일중시지, 일엽백영, 장자이일인이겸중묘, 기대영목지영여.
연즉일수차일편, 불시여장자오대경피아지회.
우해사몽중상심이치미, 부지로, 중도이반재.
<왕탁 단록>
제사(題辭, 책에 붙이는 서문) - 왕탁(王晫)
《기(記)》에 이르기를, "화순(和順)이 마음속에 쌓이면, 영화(英華, 빛나는 재주)가 밖으로 드러난다."고 했습니다. 무릇 사람의 말은 모두 영화가 밖으로 드러난 것이며, 마음속에 쌓인 것(中之所積)에 근본을 두지 않음이 없어, 마침내 그 사람과 흡사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이 현명한 사람(賢者)이면, 그 말은 아정(雅, 고상하고 바름)합니다. 그 사람이 철인(哲者)이면, 그 말은 상쾌(快, 시원시원함)합니다. 그 사람이 고상한 사람(高者)이면, 그 말은 시원(爽, 명쾌함)합니다. 그 사람이 사물에 통달한 사람(達者)이면, 그 말은 호탕(曠, 넓고 트임)합니다. 그 사람이 기이한 사람(奇者)이면, 그 말은 독창적(創, 새로운 창조)입니다. 그 사람이 운치 있는 사람(韻者)이면, 그 말은 다정(多情)하여 깊이 생각할 만합니다.
장자(張子)가 말한 바와 같이, "해박한 친구(淵博友)를 대하는 것은 이서(異書, 진기한 책)를 읽는 것과 같고, 풍류 있고 아정한 친구(風雅友)를 대하는 것은 명인의 시문(詩文)을 읽는 것과 같으며, 삼가고 조심하는 친구(謹飭友)를 대하는 것은 성현의 경전(經傳)을 읽는 것과 같고, 익살스러운 친구(滑稽友)를 대하는 것은 전기 소설(傳奇小說)을 보는 것과 같다." 한 것이 바로 이 뜻입니다.
저 옛날에 글을 지었던(立言) 사람들이 지금까지 전해지는 것은, 어찌 다만 그 말만을 전하는 것이겠습니까? 그 사람을 전하는 것일 뿐입니다.
이제 이 문집 가운데 있는 말을 들어보면, 어떤 말은 병주(幷州)의 가위처럼 상쾌함이 있고, 어떤 말은 애가(哀家)의 배처럼 시원함이 있으며, 어떤 말은 균천(鈞天)의 연주처럼 아정함이 있고, 어떤 말은 빈 골짜기의 소리처럼 호탕함이 있습니다. 독창적인 것은 마치 새로 직조된 비단이 베틀에서 나온 것과 같고, 다정한 것은 마치 아지랑이(遊絲)가 나무에 감겨 흔들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장자, 장조)를 현인(賢人)이라 해도 좋고, 그를 철인(哲人)이라 해도 좋으며, 그를 달인(達人)이나 기인(奇人)이라 해도 좋고, 그를 고인(高人)이나 운인(韻人)이라 해도 또한 안 될 것이 없습니다.
비유하자면, 영주(瀛州, 신선이 사는 곳)의 나무와 같아서, 해가 중천에 있을 때 그것을 보면 나뭇잎 하나가 백 가지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장자(張子, 장조)는 한 사람이면서 여러 가지 묘미(衆妙)를 겸했으니, 아마도 영주 나무의 그림자와 같은 것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매일 이 한 편의 책을 손에 쥐는 것은 장자와 얼굴을 맞대고 만나서 피차의 마음속 회포를 다 털어놓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어찌 또 꿈속에서 서로 찾아다니다가 길을 잃어버리고 길을 알지 못하여 중도에서 되돌아올 것을 기다리겠습니까?!
단로(丹麓) 왕탁(王晫)이 씀.
왕탁(王晫)의 제사(題辭) 해설 : 장조(張潮)의 '유몽영(幽夢影)'에 부쳐
제공해주신 글은 왕탁(王晫)이 장조(張潮)의 저서 유몽영(幽夢影)에 부친 제사(題辭)입니다.
이 제사는 장조의 인품과 문학적 특징을 탁월한 비유와 깊은 통찰로 극찬하고 있습니다.
◎ 인품과 언어의 일치 : 내면에 쌓인 것이 밖으로 드러난다.
왕탁은 인품과 언어의 관계에 대한 핵심 원리로 예기(禮記)의 구절을 인용합니다.
화평하고 순함이 안에 쌓이면, 아름다움이 밖으로 드러난다(和順積于中, 英華發于外).
모든 사람의 말(言)은 내면(中)에 축적된 본질이 외부로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英華)과 같아서, 그 사람의 인품과 글은 필연적으로 서로 닮아 있습니다.
이러한 관계에 따라 사람의 여섯 가지 인품은 여섯 가지 언어의 특성으로 나타납니다.
현명한 사람(賢者)의 말 : 아취(雅) 있음.
지혜로운 사람(哲者)의 말 : 쾌(快)함.
고상한 사람(高者)의 말 : 상쾌(爽)함.
달관한 사람(達者)의 말 : 넓고 트여 있음(曠).
기이한 사람(奇者)의 말 : 창조적임(創).
운치 있는 사람(韻者)의 말 : 정(情)이 많고 사색하게 함(多情而可思).
장조 역시 자신의 글에서 박식한 친구를 대함은 기이한 책을 읽는 것과 같다고 말했는데, 이는 왕탁이 말하는 글이 곧 사람이라는 사상과 일치합니다.
◎ 장조 문학의 다면성과 탁월한 비유
왕탁은 장조의 글이야말로 앞서 언급한 여섯 가지 특징을 모두 갖춘 종합적인 아름다움을 지녔다고 극찬합니다.
쾌(快, 시원함) : 그의 글은 병주(幷州)에서 만든 가위처럼 날카롭고 시원합니다.
(병주의 가위는 예리함의 상징).
爽(상쾌함) : 애가(哀家)의 배처럼 청량하고 상쾌한 맛을 줍니다.
雅(아취) : 균천(鈞天)의 신비로운 음악처럼 고상한 아취가 있습니다.
曠(트임) : 빈 골짜기의 소리처럼 넓고 시원하게 트여 있습니다.
創(창조성) : 새 비단이 베틀에서 막 나오듯(新錦出機) 독창적이고 참신합니다.
多情(다정함) : 나뭇가지에 감긴 아지랑이, 실오라기(遊絲裊樹)처럼 애틋하고 사색하게 만듭니다.
이처럼 장조는 한 사람으로서 현인, 철인, 달인, 기인, 고인, 운인 모두의 특성을 갖추고 있으니, 어떤 호칭을 붙여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 최고의 찬사 : 영주(瀛州) 나무의 그림자
왕탁은 장조의 다재다능함(衆妙)에 대해 가장 독창적인 비유를 사용합니다.
비유하건대 영주(瀛州, 신선들이 사는 섬)의 나무를 대낮에 보면, 한 잎에서 백 가지 그림자(一葉百影)가 드리우는 것과 같다.
장자는 한 사람으로서 많은 묘함(衆妙)을 겸비하였으니, 아마도 영주 나무의 그림자일 것이다.
이 비유는 장조의 인품과 문학적 풍부함이 마치 신선의 세계에서 온 것처럼 현실을 초월한 깊이와 다면성을 가지고 있음을 뜻합니다.
◎ 독서의 가치 : 꿈을 헤맬 필요가 없다.
왕탁은 이 책 유몽영의 실용적인 가치를 강조하며 제사를 마무리합니다.
날마다 이 책을 손에 쥐고 읽는 것은 장조와 직접 마주 앉아(晤對) 서로의 마음속 생각(彼我之懷)을 모두 털어놓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굳이 꿈속에서 그를 찾아 헤매다가 길을 잃어버리고 중간에 되돌아올 필요가 있겠는가!
이는 책을 읽는 행위가 곧 저자의 정신과 깊은 교감을 나누는 것이며, 이 책 한 권이 장조를 이해하는 가장 확실하고 직접적인 길임을 역설하여 유몽영의 가치를 한껏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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