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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격언서/유몽영

유몽영 17

by jiminchido 2025. 12. 18.

 

유몽영

 

 

유몽영 17

 

 

161

情之一字, 所以維持世界.

才之一字, 所以粉飾乾坤.

정지일자, 소이유지세계.

재지일자, 소이분식건곤.

()이라는 한 글자는, 세상(世界)을 유지하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이에 재()라는 한 글자는, 천지(乾坤)를 꾸미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세상의 본질 : ()과 재()의 역할

 

1. ()의 역할

정(情)이라는 한 글자는 세상을 유지하는 근본(所以維持世界)입니다. 인간 사이의 애정과 연민, 사랑 등의 감정이 관계를 지속시키고 인류 사회를 존속시키는 원동력임을 강조합니다.

 

2. ()의 역할

재(才)라는 한 글자는 세계를 아름답게 꾸미는 것(所以粉飾乾坤)입니다. 재능은 예술, 문학, 과학 등 모든 분야에서 세상을 풍요롭고 화려하게 만드는 창조적 힘임을 강조합니다.

 

3. 결론

정은 내면적인 생명력과 사회적 결속력을 담당하고, 재는 외면적인 아름다움과 문화적 발전을 담당하여, 두 가지 요소가 세상의 존재와 가치를 구성하는 근본적인 기둥임을 제시합니다.

 

 

 

 

162

孔子生於東魯.

東者生方, 故禮樂文章, 其道皆自無而有.

釋迦生於西方.

西者死地, 故受想行識, 其教皆自有而無.

공자생어동로.

동자생방, 고례악문장, 기도개자무이유.

석가생어서방.

서자사지, 고수상행식, 기교개자유이무.

공자(孔子)는 동방 노나라(東魯)에서 태어났습니다. 동방은 시작되는 방위이므로, 이에 예악(禮樂)과 문장(文章)은 그 깊은 도()가 모두 무()로부터 유()가 되었습니다. 석가(釋迦)는 서방 나라(西方)에서 태어났습니다. 서방은 죽음의 땅이므로, (), (), (), ()은 그 가르침이 모두 유()로부터 무()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서양 철학의 대비 : ()와 무()의 순환

 

1. 공자(孔子)와 동양

공자는 동쪽(東)의 나라인 노(魯)에서 태어났습니다. 동쪽은 생성(生方)을 상징하므로, 유교의 도(道, 禮樂文章)는 '없음(無)으로부터 생겨남(有)'을 지향합니다.

(새로운 질서와 문명을 창조)

 

2. 석가(釋迦)와 서양

석가는 서쪽(西)의 나라인 천축(인도, 西方)에서 태어났습니다. 서쪽은 소멸(死地)을 상징하므로, 불교의 가르침(受想行識)은 '있음(有)으로부터 비움(無)'을 지향합니다.

(번뇌와 집착을 버리고 공(空)의 경지로 돌아감)

 

3. 결론

공자와 석가라는 동서양의 두 성인을 동양 철학의 상징(生方, 死地)을 통해 대비시키며, 유교가 창조와 사회적 가치(有)를 중시한다면, 불교는 비움과 정신적 초월(無)을 중시한다는 두 사상의 근본적인 차이를 압축적으로 제시합니다.

 

 

 

 

163

有青山方有綠水, 水惟借色於山.

有美酒便有佳詩, 詩亦乞靈於酒.

유청산방유록수, 수유차색어산.

유미주편유가시, 시역걸령어주.

푸른 산(青山)이 있어야 비로소 푸른 물(綠水)이 있으니, 물은 오직 산에게서 색을 빌립니다. 좋은 술(美酒)이 있어야 곧 아름다운 시(佳詩)가 있으니, 시 또한 술에게서 영감()을 구걸합니다.

 

 

술과 산수의 상호 의존성

 

1. 산수(山水)의 관계

푸른 산(青山)이 있어야만 비로소 푸른 물(綠水)이 있습니다. 물은 오직 산에게서 색을 빌린 것(惟借色於山)입니다.

(산이 물의 원천이자 색을 부여함)

 

2. 시주(詩酒)의 관계

좋은 술(美酒)이 있어야만 비로소 아름다운 시(佳詩)가 있습니다. 시는 역시 술에게서 영감을 구한 것(亦乞靈於酒)입니다.

(술이 시적 영감의 원천이 됨)

 

3. 결론

이 구절은 자연(山水)과 예술(詩酒)의 영역 모두에서 두 가지 요소가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며, 한쪽(山, 酒)이 다른 한쪽(水, 詩)의 가치와 정취를 결정짓는 근원적인 역할을 한다는 원천론(源泉論)을 제시합니다.

 

 

 

 

164

嚴君平以卜講學者也, 孫思邈以醫講學者也, 諸葛武侯以出師講學者也.

엄군평이복강학자야, 손사막이의강학자야, 제갈무후이출사강학자야.

엄군평(嚴君平)은 점()으로써 학문을 강론한 자요, 손사막(孫思邈)은 의술()로써 학문을 강론한 자요, 제갈무후(諸葛武侯)는 출사(出師)로써 학문을 강론한 자입니다.

 

 

학문 영역의 확장 : 실용적 수단을 통한 도()의 설파

 

1. 실용적 도구를 통한 학문

이 세 인물은 특정한 실용적 기술이나 행위를 도(道)를 논하고 가르치는(講學者) 수단으로 활용했습니다.

 

2. 嚴君平(엄군평)

점(卜)을 통해 사람들에게 삶의 이치를 가르쳤습니다.

(점을 통해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줌)

 

3. 孫思邈(손사막)

의술(醫)을 통해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며 생명의 도리를 가르쳤습니다.

(의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덕을 베풂)

 

4. 諸葛武侯(제갈무후)

출정(出師)과 병법을 통해 나라를 다스리는 대의와 충의를 가르쳤습니다.

(정치와 전쟁을 통해 세상을 교화)

 

5. 결론

진정한 학문과 깨달음은 책상 앞의 이론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속적이고 실용적인 분야(점, 의술, 군사)에서 직접적인 행동과 실천을 통해 세상 사람들을 교화하고 깨우치는 데 있음을 강조합니다.

 

 

 

 

165

人則女美於男, 禽則雄華於雌, 獸則牝牡無分者也.

인즉여미어남, 금즉웅화어자, 수즉빈모무분자야.

사람은 여자가 남자보다 아름답고, 새는 수컷()이 암컷()보다 화려하며, 짐승은 암컷과 수컷의 구별이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생물 종별 성별(性別)의 미적 차이

 

1. 인간 - ()

여자(女)가 남자(男)보다 아름답습니다(美於).

(미의 주체는 여성)

 

2. 조류 - ()

수컷(雄)이 암컷(雌)보다 화려합니다(華於).

(공작, 수탉 등 수컷이 화려한 깃털을 가짐)

 

3. 짐승 - ()

암컷(牝)과 수컷(牡)의 미적 차이가 없습니다(無分者也).

(사슴, 호랑이 등은 암수 구별이 어려움)

 

4. 결론

생물 종에 따라 미(美)를 담당하는 성별의 역할과 주체가 다르다는 세심한 자연 관찰의 결과입니다. 인간 사회의 미적 기준과 자연의 생물학적 특성을 대비시키며 사물의 개별성을 드러냅니다.

 

 

 

 

166

鏡不幸而遇嫫母, 硯不幸而遇俗子, 劍不幸而遇庸將.

皆無可奈何之事.

경불행이우모모, 연불행이우속자, 검불행이우용장.

개무가내하지사.

거울이 불행하게도 모모(嫫母, 못생긴 여자)를 만나고, 벼루가 불행하게도 속된 사람(俗子)을 만나며, 칼이 불행하게도 용렬한 장수(庸將)를 만나는 것은, 이 모두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들입니다.

 

 

세 가지 불운한 만남 : 가치 상실의 비애

 

1. 물건의 비극

이 구절은 물건이 지닌 본질적인 가치가 그것을 사용하는 주체에 의해 훼손되거나 폄하될 때 겪는 세 가지 불운한 만남을 제시합니다.

 

2. () - 거울 遇嫫母(우모모) - 모모를 만남

거울은 아름다움을 비추는 도구인데, 추한 여인(모모, 황제의 못생긴 아내)을 만나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불행입니다.

 

3. () - 벼루 遇俗子(우속자) - 속된 사람을 만남

벼루는 고결한 학문을 위한 도구인데, 저속한 사람을 만나 하찮은 글을 쓰는 데 사용되는 가치 전락의 불행입니다.

 

4. () - 遇庸將(우용장) - 용렬한 장수를 만남

칼은 용맹과 정의를 위한 도구인데, 무능한 장수를 만나 무의미하게 쓰이는 불행입니다.

 

5. 결론

이 모든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일(皆無可奈何之事)'로, 물건의 비애를 통해 재능이나 가치가 부적절한 주인을 만나 제대로 인정받거나 발휘되지 못하는 세상의 불합리함을 한탄합니다.

 

 

 

 

167

天下無書則已, 有則必當讀.

無酒則已, 有則必當飲.

無名山則已, 有則必當遊.

無花月則已, 有則必當賞玩.

無才子佳人則已, 有則必當愛慕憐惜.

천하무서즉이, 유즉필당독.

무주즉이, 유즉필당음.

무명산즉이, 유즉필당유.

무화월즉이, 유즉필당상완.

무재자가인즉이, 유즉필당애모련석.

천하에 책()이 없으면 그만이지만, 있다면 반드시 읽어야 합니다. 술이 없으면 그만이지만, 있다면 반드시 마셔야 합니다. 명산이 없으면 그만이지만, 있다면 반드시 유람해야 합니다. 꽃과 달이 없으면 그만이지만, 있다면 반드시 감상하고 즐겨야 합니다. 재자(才子)와 가인(佳人)이 없으면 그만이지만, 있다면 반드시 사랑하고 아껴주어야 합니다.

 

 

삶의 필수적 추구 대상 : 다섯 가지 풍류

 

1. 없으면 그만이지만, 있으면 반드시 해야 할 것의 목록

이 구절은 문인으로서 삶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세상에 존재한다면 반드시 추구하고 향유해야 할 다섯 가지 목록을 제시합니다.

 

()

있으면 반드시 읽어야(必當讀) 합니다.

(지식 탐구)

 

()

있으면 반드시 마셔야(必當飲) 합니다.

(풍류 향유)

 

名山 (명산)

있으면 반드시 유람해야(必當遊) 합니다.

(자연과의 교감)

 

花月 (꽃과 달)

있으면 반드시 완상해야(必當賞玩) 합니다.

(심미적 감상)

 

才子佳人 (재자가인)

있으면 반드시 사랑하고 아껴야(必當愛慕憐惜) 합니다.

(정서적 교류)

 

2. 결론

문인의 삶은 세속적 번잡함을 넘어, 지식, 풍류, 자연, 미라는 다섯 가지 핵심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낭비 없이 누려야 가장 충만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적극적인 삶의 향유론을 제시합니다.

랑하고 아껴주어야 합니다.

 

 

 

 

168

秋蟲春鳥, 尚能調聲弄舌, 時吐好音.

我輩搦管拈毫, 豈可甘作鴉鳴牛喘!

추충춘조, 상능조성롱설, 시토호음.

아배익관념호, 기가감작아명우천!

가을벌레(秋蟲)와 봄 새(春鳥), 오히려 소리를 조절하고 혀를 놀려, 때때로 좋은 소리를 토해냅니다. 우리들(我輩)이 붓을 잡고 털을 쥐고(搦管拈毫), 어찌 까마귀 울음소리나 소의 헐떡거림(鴉鳴牛喘)을 좋게 여길 수 있겠습니까?

 

 

창작의 격려 : 자연의 소리를 본받아

 

1. 자연의 소리

가을의 벌레(秋蟲)와 봄의 새(春鳥)조차도 아름다운 소리(好音)를 조화롭게 다듬고 혀를 놀려(調聲弄舌) 때때로 훌륭한 소리를 냅니다.

 

2. 문인의 책임

우리 무리(我輩)가 붓을 잡고 글을 쓰면서(搦管拈毫), 어찌 까마귀 울음소리나 소의 거친 숨소리(鴉鳴牛喘) 같은 천박하고 조잡한 글을 기꺼이 만들 수 있겠는가(豈可甘作)!

 

3. 결론

자연의 미물조차 자신의 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데, 사물을 표현하는 최고의 도구를 가진 문인이 조잡하고 질 낮은 작품을 내놓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임을 강조하며, 예술적 창작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문학 창작의 자기반성을 촉구합니다.

 

 

 

 

169

媸顏陋質, 不與鏡爲仇者, 亦以鏡爲無知之死物耳.

使鏡而有知, 必遭撲破矣.

치안누질, 불여경위구자, 역이경위무지지사물이.

사경이유지, 필조박파의.

못생긴 얼굴(媸顏)과 추한 자질(陋質)을 가졌음에도, 거울과 원수()를 맺지 않는 자는, 거울을 무지한 죽은 물건으로 여겼기 때문일 뿐입니다. 만약 거울이 앎이 있었다면, 반드시 얻어맞아 깨졌을 것입니다.

 

 

추한 사람과 거울의 관계 : 무지(無知)의 위안

 

1. 거울과 추한 사람

추한 얼굴과 못난 외모(媸顏陋質)를 가진 사람이 거울(鏡)을 원수처럼 여기지 않는 것(不與鏡爲仇者)은, 역시 거울을 지각없는 죽은 물건(無知之死物)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2. 거울의 지각

만약 거울이 지각이 있다면(使鏡而有知), 반드시 그 사람에게 맞아 깨졌을 것(必遭撲破矣)입니다.

(거울이 추한 모습을 비추는 행위는 모욕이 될 수 있으므로)

 

3. 결론

이 구절은 인간이 자신에게 불리한 진실(醜)을 직면할 때, 그 진실을 전달하는 매개체(鏡)를 '지각이 없는 사물'로 여겨 현실을 회피하는 인간의 심리적 기제를 해학적으로 풍자합니다. 진실은 때때로 매우 고통스러운 것임을 역설합니다.

 

 

 

 

170

吾家公藝, 恃百忍以同居.

千古傳爲美談.

殊不知忍而至於百, 則其家庭乖戾暌隔之處, 正未易更僕數也.

오가공예, 시백인이동거.

천고전위미담.

수부지인이지어백, 즉기가정괴려규격지처, 정미이경복수야.

우리 집 공예(公藝), 백 번 참는 것(百忍)을 미덕(美德)으로 믿고 함께 살았습니다. 이는 천고에 아름다운 이야기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참는 것이 백 번에 이른다면, 그 가정의 도리나 이치들이 어긋나 멀어지게 되고(乖戾暌隔之處), 그것들을 정말로 일일이 헤아리기 쉽지 않음(未易更僕數)을 이 어찌 알지 못할 수 있습니까?

 

 

백인(百忍)의 위선 : 화목의 이면에 대한 비판

 

1. 백인의 미담

우리 집(吾家, 장 씨)의 장공예(公藝, 9대 동거)가 백 번 참는 것(百忍)에 의지하여 대가족이 함께 살았고(同居), 이것이 천 년 동안 아름다운 이야기(美談)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2. 숨겨진 불화

장조는 '백 번이나 참는 지경(忍而至於百)'에 이르렀다면, 그 가정의 불화하고(乖戾) 사이가 멀어진(暌隔) 부분이 정말로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正未易更僕數也)일 것이라고 비판합니다.

 

3. 결론

겉으로 보이는 화목(美談)은 수많은 참고 희생하는 인내(忍)의 대가였으며, 가족 간의 진정한 사랑과 화합이 아닌 억압된 감정이 그 바탕이었다는 유교적 미덕에 대한 현실적이고 냉철한 비판을 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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